[PRESS] 우리는 50년째 고도를 기다린다 –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국립극단 <고도를 기다리며> 프리뷰
글 입력 2019.05.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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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포스터]고도를 기다리며_1905059-190602.jpg
 


전 세계가 인정한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 50주년 기념!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오는 5월 극단 산울림 임영웅 연출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초청하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선보인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세계 현대극의 흐름을 바꾼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대표작으로 1969년 임영웅 연출에 의해 한국 초연되었다.


이후 50년간 약 1,500회 공연, 22만 명의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부조리극은 난해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작품이다. 이 공연을 계기로 극단 산울림이 탄생했다. 올해는 <고도를 기다리며> 한국 초연 5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1973년 이후 46년 만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그들은 기다릴 수 있을 뿐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의 대표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가 1948년 집필을 시작하여 4년 만에 출간된 이 작품은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이자 부조리극의 모델로 평가받으며 베케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것과 더불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다.

 

유명하지만 난해하다고 알려진 부조리극을 관람하기 전, 여기서 말하는 ‘부조리’가 어떠한 의미를 품고 있는지 숙지할 필요가 있다. 부조리 문학, 부조리극에서 말하는 ‘부조리’란 정치적, 사회적 부조리만을 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부조리의 철학’으로 잘 알려진 ‘부조리’의 넓은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세계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원리를 인간의 이성으로는 결코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 세계를 개혁할 수 없고, 결국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또한 마찬가지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린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다림’ 하나뿐이다. 고도를 기다리는 중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그 대화는 어딘가 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을 준다. 그들은 기다릴 수 있을 뿐, 결코 세계의 ‘본질’에 다가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고도를 기다린다


 

이쯤 되면 “그래서 고도가 누구야?”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도대체 고도가 누구길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50년이 넘도록,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계속해서 고도를 기다리는 걸까? 심지어 언제 올지, 오기는 하는 건지 기약조차 없는 무한한 기다림의 반복만이 지속되는데 말이다.


 

[극단 산울림]고도를 기다리며_2015년_@소극장 산울림_에스트라공(안석환), 블라디미르(정동환)_2.jpg
 


고도의 정체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작가 사뮈엘 베케트 또한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세계의 근본원리를 인간의 이성으로는 인식할 수 없’기에, 명확하게 드러난다면 오히려 그것은 ‘잘못된’ 고도일 것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기다리는 ‘고도’는 그들만의 ‘고도’일 뿐, 모두가 생각하는 ‘고도’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50년간 고도를 기다려온 우리


 

그렇다면 한국의 ‘고도’는 어떨까.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단 산울림과 연출가 임영웅에 의해 1969년 초연되었고,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 한 작품이 이토록 오래, 지속적으로 공연되는 것은 유일무이한 기록으로 한국 연극사에 새로운 울림을 주었다.

 


“1969년 한국일보 소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국내 초연된 후 벌써 5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많은 배우들과 관객들이 함께 고도를 기다려왔고, 고도가 오지 않더라도 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도 초연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에 선뜻 참여해준 배우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자리를 마련해준 국립극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5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임영웅 연출의 소감


 

우리는 긴 시간 동안 함께 고도를 기다려왔다. 누군가에게는 자신만의 고도가 왔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영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연의 오랜 역사는 ‘기다림’, 그 행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우리는 그 반복 속에서 ‘고도’를 기다릴 수 있다. 오지 않더라도 올 때까지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기에 아주 오래도록 공연을 관람하며 언젠가 고도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극단 산울림]고도를 기다리며_2018년_@소극장 산울림.jpg

 


<고도를 기다리며> 50주년 기념 공연은 5월 9일부터 6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그밖에 연출가 임영웅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소극장 산울림과 함께 한 연출가 임영웅 50년의 기록展> 전시 및 ‘극단 산울림, 50년의 역사와 현재’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가 함께 진행된다. 고도를 기다리는 모두가 다시 한 번 ‘기다림’의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고도를 기다리며> 줄거리

 

시골길, 앙상한 나무가 한 그루 서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그 나무 아래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실없는 수작과 부질없는 행위를 반복하며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이어서 포조와 그의 짐꾼 럭키가 등장하여 많은 시간을 메운다. 그리고 그 기다림에 지쳐 갈 때쯤 한 소년이 등장하여 말한다. ‘고도씨는 오늘 밤에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시겠다고 전하랬어요.‘ 이렇게 어제인지, 오늘인지, 혹은 내일일지 모르는 하루가 저물어 가는데...


 

[국립극단]고도를 기다리며_배우 출연일정표.jpg
 

 




참고자료

송용구(2017). ⟪인문학, 인간다움을 말하다⟫. 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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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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