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현실과 상상, 사진과 회화 사이 - 에릭요한슨 사진전

글 입력 2019.05.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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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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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마 등장하는 맥락은 학창 시절 진로 강의였으리라 추측해본다. 자신의 길은 자신이 만들어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해석하며, 그저 수업이 지루해서 이 사진을 그저 그런 합성 사진으로 넘겼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처음 이 사진을 보게 되었을 때는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이 사진은 진로 시간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진부한 사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를 미술관에서 보게 되었다면 분명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만 했던 터무니없는 상황을 실사 사진으로 구현하는 것은 기술뿐만 아니라 현실과 상상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창의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창의력은 어떠한 한계에도 구애받지 않는, 마치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듯한 자유로움을 말한다. 모든 예술이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과 상상이 만났을 때, 이 상상에 대한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 설치미술을 하기도 했던 아녜스 바르다는 예술 작품 속의 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patatutopia(감자 유토피아)>나 <bord de mer(해변가)> 등 흥미로운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현실에 약간의 변형을 가져온 것만으로도, 우리가 알고 있는 평면적 예술에 현실에서 가져온 재료를 더한 것만으로 풍성한 예술작품이 탄생할 수 있고, 전시 공간을 활기차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기대하는 점도 이와 비슷하다.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관람객들이 평면적인 사진에서 그치지 않고 세계가 확장되는 체험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진과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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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등장 이후로, 예술의 목표는 현실을 완벽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대신 예술가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는 것이 예술의 또 하나의 전형이 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사진은 예술이 될 수 없는가?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이다. ‘사진작가’라는 단어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진도 엄연히 예술의 한 장르로 취급받고 있다. 어느 각도에서 촬영하는지, 어떤 사물에 초점을 두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진을 예술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에게 에릭 요한슨의 작품은 예술로서의 사진에 입문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현실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모습을 합성해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와는 달리, 다양한 장소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을 합성하여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때의 사진은 마치 회화와 같아 보인다. 카메라가 담은 세계는 현실처럼 보이는, 상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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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상상의 세계

나는 상상도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남들이 공상이나 터무니없는 상상을 이야기하면 공감해주지 못하고 표정이 굳어지는 경험을 몇 번인가 한 적이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는 단 한 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고, 해리포터 시리즈조차 첫 편과 마지막 편을 본 것이 전부다. 이 때문에 나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개봉한 지금이 가장 힘들다. 어딜 가도 내가 보지 않았고 영원히 보지 않을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이런 성향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저 머릿속 ‘상상 근육’이 굳어진 것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판타지 영화는 도무지 공감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피해왔고, 그러다 보니 공상할 소재도 떨어지고, 능력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또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이지 못한 것보다는 끊임없이 현실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 생활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히 상상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나에게 감수성이 다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늘 해야 하는 일을 하루하루 처리하고 살아가는 데에만 몰두하다 보니, 활기차게 ‘살아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보다는 그저 일상을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다녀온 여행에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일상의 사물을 독특한 발상을 통해 전혀 다른 세계로 끌어들이는 에릭 요한슨의 작품은 나처럼 삶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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