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동안 궁금했던 '고양이 시점'의 이야기, 책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글 입력 2019.06.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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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출간된 이래 전 세계적 사랑을 받은 '고양이 책의 고전'이 드디어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묘’한 책이다. 기묘한 시작과 동시에 읽는 내내 고양이 울음소리 ‘Meow’가 머릿속에 맴도는 책으로, 책을 덮을 때쯤 누구나 애묘가가 되어버리는 마법같은 책이다.


인간들이 읽는 책으로 출간되기 전, 원고의 저자는 '고양이'다. 어릴 적 엄마를 잃고 집도 없는 사고무탁 고양이가 인간 가족을 접수하고 어떻게 그 집의 여왕으로 살아가는지 도도하게 말한다. 아기 고양이들과 길 잃은 고양이, 집 없는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썼으며, 전체적인 내용은 ‘고양이-인간 관계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원고는 우연한 기회에 암호 해독 기술을 지닌 작가에게 주어졌고 작가는 고양이 언어로 쓰인 원고를 온전한 책으로 발간하게 된다. 고양이 언어를 해독한 작가 폴 갈리코는 실제로 고양이 24마리와 함께 살았던 '애묘인'이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고양이 덕후가 번역한 고양이 책이다.

'인간의 시점'에서 쓰인 고양이에 대한 책과는 달리 본 책은 '고양이의 시점'으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 기존의 고양이에 대한 책에서는 '인간'의 입장에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법, 아니 좀 더 제대로 말하자면, 고양이를 잘 키우는 법에 대해 다루어 왔다. 반면에, '고양이'의 언어로 쓰인 이 책은 고양이의 입장에서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방법들을 보고 있자면, 인간으로서 알 수 없는 고양이들의 신묘한(?) 행동들에 대한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기 위해 고양이들이 보여주는 센스와 스킬들은 멍청한 우리 인간의 뇌로는 따라갈 수가 없는 것들이다. 고양이들의 신묘한 행동들을 보며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바로 우리가 멍청했기 때문이다!!!

고양이 책,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을 읽는 내내 나는 입가에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 내내 고양이의 행동이 눈앞에 그려지고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본격 고양이 덕질을 위한 책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멍청한 우리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고양이의 날카롭고 따끔한 구절 구절은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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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우유부단함을 반기면서도 때때로 ‘정말이지 왜 저럴까’ 하고 놀라기도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인간은 고양이가 침대에 올라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올라오기를 은근히 바란다. 모순이라고? 그게 바로 인간이다."


- p.49


이는 '재산 만들기'라는 챕터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이다. 그동안 고양이나 강아지에게 우리가 침대를 내어준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가 우리 인간의 모순적인 마음을 알아채고 스스로 차지한 재산이었다니. 정말 내가 멍청한 인간이구나를 깨달음과 동시에, 이렇게 영리하고 교묘하게 자신의 재산을 차지한 고양이라는 존재가 정말 신묘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절대 평범한 생명체가 아님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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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인간이 슬프고 속상하고 외롭고 우울해서 고양이에게 의지할 때도 있다. 고양이를 안고 쓰다듬으며 위안을 얻고 싶은 것이다. 인간이 이런 감정인지 아닌지는 고양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럴 땐 순순히 몸을 맡기는 게 매너 있는 행동이다. 그냥 편하게 있으면 된다. 할 수 있다면 인간의 손을 한두 번 핥아도 좋다."


- p.131



본 책에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라고 나온다. 때문에 고양이를 필요로 한다고, 고양이에게 의지하고 싶어한다고 말이다. 이는 맞는 말인 듯 싶다. 인간의 외롭고 우울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며, 그들에게 순순히 몸을 맡겨 주라는, 또 할 수 있다면 손을 한 두 번 핥아 주라는 글을 보고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낀 것을 보면 말이다. 이 글만으로도 나는 외로움을 알고 이에 반응해 주는 고양이의 행동에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이러니, 어쩜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Photo by Raphael MARTIN on Unsplash.jpg
 


"누구나 알겠지만 세상에는 갖가지 고양이가 있다. 지나치게 게으르고, 응석둥이에다가 버릇없는 고양이도 있다. (중략) 어느 고양이든 자기에게 어울리는 집이 있기 마련이니까."


- p.42~43



이 부분을 읽다 보니, 뮤지컬 '캣츠'가 생각났다. 뮤지컬 '캣츠' 또한 고양이들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고양이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공연에서도 우리는 정말 다양한 고양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묘기를 부리는 날쌘 고양이, 뚱뚱하지고 게으르지만 누구보다 나긋한 고양이부터 시작해 여기저기 말썽을 피우고 돌아다니는 악동 고양이까지 말이다.


본 뮤지컬은 다양한 고양이들을 소개하며, 어떠한 고양이가 더 훌륭하고 더 못났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다양한 고양이들의 모습을 그 자체로서 존중하고 있었다. 이러한 부분에서 큰 감명을 받은 나에게 '어느 고양이든 자기에게 어울리는 집이 있기 마련이니까.'라는 말은 꽤 여운이 깊은 구절이었다. 이것이 단순히 고양이만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면, 이런 여운은 없었을 것이다.


고양이를 통해 우리 인간들도 이와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에, 우리 각각의 다른 인간들도 모두 각자에게 어울리는 곳이 있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여운이 깊게 남은 것 같다.



Photo by Veronika Homchis on Unsplash.jpg
 


"하지만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는 사랑이라는 강렬하고 멋진 것이 있다. 인간이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양이가 인간을 사랑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중략)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이런 인간의 사랑이 막대로 맞는 것보다 더 아플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인간은 사랑하다가도 사랑을 버리고 떠날 때가 많다. 우리 고양이는 절대 그러지 않지만."


- p.140~143



본 책의 고양이는 인간에게는 '사랑'이라는 강렬하고 멋진 것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고양이 자신에게도 옮겨와 서로를 사랑하곤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늘 조심하라고 한다. 인간은 사랑하다가도 이를 버리고 떠날 때가 있으니 말이다. 이는 정말 인간으로서 뿌듯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부끄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부인할 수 없었다. 실제로 자신이 사랑을 주던 존재를 한순간에 버리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본 책을 통해 느낀 수많은 인간들의 멍청함 중에, 이것이 가장 크고 부끄러운 멍청함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멍청함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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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The Silent Miaow

저 자: 폴 갈리코

옮긴이: 조동섭

분 야: 에세이

펴낸곳: 윌북

발행일: 2019년 5월 10일

면 수: 184면

판 형: 150*190

정 가: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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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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