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면 새롭게 보인다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문화 전반]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작품들
글 입력 2019.06.17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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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주위에 조각, 회화, 분수 등이 놓여진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작품들은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에 의해 설치된 것이다. 의문을 갖지 않고 지나쳤던 것들이 어떤 목적에 의해 존재한다는 사실에 흥미로웠다. 좀 더 깊이 있게 찾아보니, 해당 제도를 두고 상반되는 입장이 팽팽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건축물 미술작품 설치 제도’는 1995년에 시행되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에 따라 일정규모(1만㎡)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하려는 건축주에게 건축비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하게 하거나 또는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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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은, <시간의 방향>



해당 제도를 만든 이유는, 예술작가에게 창작의 기회를 대중들에게 향유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작품 전시의 기회가 많지 않은 이들에게 제도를 통해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고, 대중들은 일상의 곳곳에서 작품을 만나 예술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것이다. 즉 호혜성을 기반으로 제정되었다.


서울 강남에 설치되어 있는 최재은 작가의 <시간의 방향> 작품은 해당 법에 의해 설치되었다. 작품은 벨벳처럼 부드러운 재질이 표면을 이루고 있고, 약 3m의 지름과 13m의 높이로 이루어져있다. 축척된 시간을 하나의 형태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살짝 기울어진 형태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의미하고 있다. 병원 앞에 설치될 작품이라는 환경을 고려하여 눈물 한 방울 암시하는 듯한 원뿔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미술작품은 다소 차가운 느낌의 병원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뿐만 아니라 한번쯤 호기심을 품고 이곳 앞을 서성이기도 하고, 의미를 곱씹으며 메시지를 품을 수 있고, 신선한 대화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본래의 목적에 맞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꼭 미술관에 방문하지 않아도 예술품을 만나게 하여, 예술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문화 감수성을 향상시키고 있었다. 공공미술의 선한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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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경, <비를 기다리며>



제도가 좋은 방향만으로 흘러가진 않는다. 생각 외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곳곳에서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작품 설치 이유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관리 부족으로 흉물이 되어버린 건축물도 있다. 또한 관심 결여로 방치되거나 철거에 이르는 일도 종종 있다. 그래서 건물 관계자는 작품 설치를 시도 하지 않고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출연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설치물이 작품임을 인지하지 못해서 이다.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설명판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작품을 함부로 대하게 된다. 쓰레기를 버리고, 낙서를 하고 심지어 지지대와 같은 다른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대기업이 아닌 아파트, 개인 사유 건축 등의 경우 방치의 정도는 더욱 심하다.


위 작품은 아파트에 설치되어 있는 조각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이끼가 끼어있고, 조각 하단에 땅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언제든 파손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관심과 애정을 보내지 않아 외롭게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남겨져있다.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과, 반강제적 참여로 진심어린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다고 느낀다.


*


예술가와 대중 모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나 효과는 극과 극이었다. 공공미술의 역할을 입증하기 위해선 좀 더 확실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작품 보호를 위한 일정 규칙을 마련하고, 파손에 대한 책임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미술의 진흥을 위해 주요 작품 투어, 또는 알림판 설치 등을 의무적으로 적용 했으면 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지나갔던 모든 설치물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실행될 수 있도록 건축주와 작품설치에 대한 지속적인 수정과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예술인과 대중 즉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이니 말이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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