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이 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장난감들의 이야기 [영화]

4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픽사의 정수
글 입력 2019.07.11 11:5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장난감들의 반란으로 매번 우리의 동심과 상상력을 자극해온 토이스토리가 드디어 4번째 작품으로 돌아왔다. 픽사(Pixar)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으로 1995년 처음 스크린에 등장하여 애니메이션 영화의 세계적인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이 작품은 20년 넘는 시간에 걸쳐 4개의 시리즈물로 관객들을 찾아와 매번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기존 토이스토리의 명성에 걸맞은 흥행을 예고하고 있으며 전적과는 다른 새로운 매력 포인트를 엿볼 수 있어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국내팬들은 여전히 큰 기대를 안고 있다.

전작들과 동일하게, 이번 작품 역시 전형적인 픽사의 블록버스터형 애니메이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액션, 멜로, 코미디, 성장 스토리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데,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하면서 관객에게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물론 이런 측면은, 여타 블록버스터형 영화들도 그렇듯이, 한정된 시간 안에 다양한 콘텐츠를 담기 위해 장면 전환이 굉장히 빈번하고 그로 인해 영화 자체적으로 특유의 예술적 분위기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아기들의 돌진을 피하기 위해 장난감들이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액션씬 가운데 갑자기 남녀 간에 눈이 맞아 멜로 장면이 튀어나와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는 경우도 볼 수 있으며, 심지어 하이라이트 부분에 우디가 장난감으로서의 사명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동료들에게 자신의 결심을 선언하는 장면에서도 포키의 실수로 급격히 장난감이 캠핑카에 탑승해야하는 코믹스러운 장면도 연출된다. 이러한 부분적인 장면들은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는 하나,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영화가 가져야할 예술적인 분위기로는 이어지지 않아, 전형적인 상업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크기변환]픽사.jpg
 

하지만 애니메이션 시청자의 다양한 연령대와 픽사의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들의 요구를 고려할 때, 토이스토리는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성공적으로 구현하였으며, 오히려 에니메이션이라는 장치가 예술적인 한계를 완벽하게 보완해준다. 영화에 다양한 요소를 담으려고 하면서 잦은 장면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장면사이의 논리적 비약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애니메이션 자체의 환상성이 논리적 비약에 정당성을 효과적으로 부여하게 된다.

만화로서 구현된 모든 장면은 우리가 현실에서 기대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못할 현상들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관람하게 되고, 장면사이에 개연성이 지나치게 부족하더라도 관객은 이에 관대하게 반응하고 오히려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한정된 시간 안에서 관객에게 가져다주는 다양한 매력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통해 성공적으로 구현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장르로서의 애니메이션은 이야기의 전개를 원활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대상들 고유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토이스토리는 장난감들의 이야기이다. 장난감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산된 공산품이기 때문에, 인간으로부터 사용되지 않을 때는 가치를 상실해버리는데, 애니메이션 속에서 이 대상들은 인간의 시선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이들 각각에 공산품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다. 물리적, 사회적 가치를 잃은 존재에게 관심을 가지는 영역이 예술이라고 생각할 때, 인간에게 있어서 유용하지 않은 순간에도 장난감을 조명하는, 토이스토리라는 영화에 예술성을 부여해 주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 기법이다.





토이스토리 4가 전작과 차이를 보이게 하는 새로운 등장인물이 있는데, 바로 포키(Forky)이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숟가락포크를 통해 만들어진 이 등장인물은 이전 시리즈에서는 등장한 적 없는, 쓰레기통 출신의 주인공이다. 토이스토리에 등장하는 장난감들이 모두 아이에게 소유될 목적으로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이라면, 포키는 특이하게도 사용하고 버려진 일회용식기를 활용해 만들어진 재활용품이다. 이로서 토이스토리 시리즈 중 최초로 쓰레기 출신 주인공을 도입해 다른 장난감들과 대조된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쓰레기라는, 가치를 이미 소멸한 대상을 이번 작품에서 전면적으로 다루고 관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소멸하는 존재에 대해서 새롭게 조명하게 되는 것인데, 기존 토이스토리 시리즈들에서 주인의 관심을 받지 못해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잃고 고민하던 장난감들에게 있어서 이질적인 인식체계의 대상이 등장하여 등장인물들은 물론이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다. 특히, 사라져가는 것, 가치를 상실한 것에 주목하는 유일한 영역이 예술이라는 사실을 본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크기변환]forky.jpg


본 영화에서 골동품가게로의 모험 역시 다른 장난감과는 다른 포키의 배경 때문에 시작된다. 포키는 다른 장난감들과 완전히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다른 장난감들은 누군가에게 소유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반면, 쓰레기통에서의 시간에 익숙한 포키는 사람과 붙어있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자꾸만 쓰레기통으로 회귀하려고 한다. 포키의 주인은 포키에게 이름도 붙여주고 잘 때마다 끌어안고 자며 포키를 사랑하는데, 포키는 주인의 사랑이 담긴 행동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끝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다. 결국 이 쓰레기 출신 장난감을 설득해서 다시 데려오는 과정을 통해 이 영화가 전개된다.

영화에서는 모험의 과정에서 각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각 주인공의 인식변화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그 중 사명감 넘치는 카우보이인 우디와 쓰레기의 본성을 버리지 못한 포키가 밤길을 걸으며 나누는 대화는 각 인물의 가치관과 인식이 잘 나타나는 동시에 인물들 간에 유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우디는 포키의 발에 적힌 주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포키는 장난감이고, 장난감이라면 주인에게 행복을 준다고 말한다. 반면에 포키는 본인이 장난감이 아니라 쓰레기이고, 쓰레기통은 본인에게 따뜻하고 안락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둘의 긴 대화를 통해 포키는 본인에게 있어서 쓰레기통이 편안한 공간이듯이 장난감 주인은 장난감을 통해 따뜻함과 안락함을 얻게 된다는 유사성을 깨닫고, 본인이 자신의 소유자에게 있어서 “안락한 쓰레기통”과 같은 존재임을 깨닫고 기뻐한다.


[크기변환]Woody_bonds_with_Forky.jpg


이 장면은 다소 코믹하게 그려지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본 작품에 있어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의 대화는 존재의 근원과 이유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왜 장난감인가 -> 발바닥에 주인의 이름이 적혀있기 때문이야,’ ‘쓰레기인게 왜 좋은데 -> 쓰레기통이 안락하기 때문이야,’ ‘주인이 왜 중요한데 -> 주인은 장남감을 통해 행복해지고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게 장남감의 역할이기 때문이야’ 와 같이 아주 기본적인 질문들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깨닫게 되는 과정들이 담겨 있다.

이는 한편으로 소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가 장미나 여우를 통해 “책임이라는 건 뭐야 -> 책임이라는 것은 길들이는 거야” 등의 질의응답을 하며 무언가에 대해 알아가고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아직 어리고 미숙한 등장인물들이 순수하지만 사실은 어른들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대화하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면서, 관객들 역시 본인들이 잊고 있었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의 특성상 이러한 질문들의 가치나 깨달음의 과정에 영화가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애니메이션이 아니고서는 직접적으로 제시하기 힘든 가치들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본 영화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성인이 돼서 관람할 영화를 선택할 때, 애니메이션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싶을 때보다는 머리를 가볍게 하고 싶을 때 고르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픽사 영화라면 ‘대중적으로 검증된 즐거움’을 우리에게 안겨준다는 점에서, 영화 선택에 있어서 실패하기 힘든 선택지에 해당한다. 그러나 영화 내의 다양한 콘텐츠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넘어 성인이 된 우리에게 있어서의 애니메이션의 의미, 그리고 각 장면에 숨어있는 질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며 영화를 보는 것 역시 추천한다. 토이스토리 4를 통해 아이들은 사물을 보는 상상력과 감수성을, 그리고 어른은 무료한 일상 속에서 잊힌 가치들을 사물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받길 바란다.




[한승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ne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E-Mail : artinsight@naver.com    |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Copyright ⓒ 2013-2019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